EU의 경제제재 칼에 숨죽인 미얀마와 캄보디아

작성자
kampucheanews
작성일
2018-12-08 00:29
조회
520
발등에 불 떨어진 캄보디아…내년 8월 최종 결정

【캄푸치아신문 : 2018년 10월 30일자】 [종합] 유럽연합(EU)이 마침내 로힝야 사태와 야당 탄압을 들어 미얀마와 캄보디아를 향해 칼을 겨눴다.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이달 5일 세실리아 말스트롬<사진>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이 미얀마에 대해서는 “무관세·무쿼터 특혜를 중단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하는 한편 캄보디아에 대해서는 “특혜 중지 여부를 6개월간 검토하겠다는 방침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EU 관계자에 따르면 절차 개시에 앞서 인권침해 정도와 미얀마 정부의 해결 의지를 확인하기 위해 곧 실사단을 파견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미 지난 7월 실사단이 방문한 캄보디아의 경우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EU의 특혜 중지는 먼저 실사단을 파견한 뒤 조사 결과에 따라 절차가 개시된다. 우선, 6개월간 당사국과 협의하는 시간을 가진 뒤 다시 6개월간 검토를 거쳐 중지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중지 결정이 내려지더라도 6개월 후 발효돼 절차 개시에서 결정까지는 1년, 발효까지는 1년 6개월이 걸린다.

최빈국에 대한 당근과 채찍GSP-EBA=EU는 최빈국에 일반특혜관세(GSP)-EBA(무기를 제외한 모든 것)를 부여하고 있다. EBA는 모든 제품에 무관세·무쿼터를 제공하는 파격적인 특혜로, 2001년부터 시행됐으나 민감품목으로 지정된 설탕과 쌀 등 농산물은 2009년부터 적용됐다. 때문에 캄보디아에서는 2010년부터 사탕수수농장 붐이 일면서 원주민과의 토지분쟁이 잇달아 일어났다

EBA는 최빈국에 조건 없이 부여하는 특혜가 아니라, 인권 증진과 민주주의 확산에 대한 반대급부적인 성격이 강하다. 기본적인 인권 및 노동권 등과 관련된 15개 국제협약을 심각하고 체계적으로 위반할 경우 중단할 수 있는 조건부인 것이다. 말스트롬 집행위원이 “우리의 무역 정책은 가치에 기반을 두고 있다. 빈말이 아니다. 심각한 위반이 있을 때 우린 행동해야 한다”고 말한 것도 이 같은 EBA의 성격 탓이다.

현재 EBA 지위를 가진 나라는 총 49개국. 이중 아시아는 미얀마와 캄보디아를 비롯하여 방글라데시, 라오스, 네팔 등 9개국이다. EU에 따르면 지금까지 EBA 혜택을 가장 많이 본 나라는 방글라데시와 캄보디아. EBA 덕분에 현재 세계 의류 시장 공급국으로 방글라데시는 6.5%, 캄보디아는 1.6%를 차지하고 있다. 미얀마가 상대적으로 EBA 혜택을 덜 본 까닭은 군정이 종식되고 민간정부가 출범한 이후인 2013년에 가서야 EBA 지위를 부여받았기 때문이다.

미얀마는 로힝야족 잔혹 행위가 문제, 캄보디아는 야당 탄압 때문=미얀마가 EBA 중지 개시 전 단계까지 내몰린 것은 소수민족인 로힝야에 대한 미얀마 군부의 살해·고문·강간 등의 잔혹 행위에서 비롯됐다. 불교를 믿는 미얀마인과 이슬람을 믿는 로힝야의 갈등은 80년이나 된 해묵은 것이지만 2017년 8월 이후 전개된 사태는 국제사회를 경악시키기에 충분했다. 그해 8월 25일 로힝야 반군이 경찰초소 30여곳을 습격하자 토벌에 나선 미얀마 군은 로힝야를 상대로 무차별 폭력과 강간, 방화를 자행, 한 달간 9천여명이 죽고 지금까지 70만명이 넘는 로힝야가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로 도피했다. 그간 로힝야족 사태를 조사한 유엔 진상조사단은 지난 24일 안전보장이사회에 민 아웅 훌라잉 미얀마군 최고사령관 등을 학살 책임자로 지목하고 국제법정에 세워야 한다는 내용을 보고했다.

인종․종교 갈등 성격이 짙은 미얀마의 로힝야 사태와 달리 캄보디아 경우는 야당에 정권을 내줄 수 없다는 집권당의 위기의식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대체적인 외부 시각이다.

2013년 총선에서 인민당은 집권에는 성공했지만, 당시 제1야당인 구국당과의 유효득표율 차이는 4.4%에 불과했다. 차기 총선이 다가오면서 정부와 여당에 비판적인 영자신문과 자유아시아방송(RFA) 지국이 문을 닫았고,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줄줄이 투옥됐다. 2018년 총선을 10개월 앞두고 캄보디아 사법당국은 결국 켐속하 구국당 대표를 반역혐의로 전격 구속했다. 당시 사법당국이 혐의를 입증하는 것이라며 제시한 동영상에서 켐속하 대표는 “유고슬라비아와 세르비아 독재자를 몰아낸 것과 비슷한 모델을 캄보디아에 적용할 것을 미국 정부가 나에게 권했다”고 말했다. 켐속하가 구속된 지 한 달 만에 캄보디아 대법원은 “정당은 외국 정당·정부의 지시나 지휘를 받아서는 안된다”는 정당법에 의거, 구국당을 해산하고 주요 야당 정치인 118명에 대해 향후 5년간 정치활동 금지 조치를 내렸다. 제1야당이 해산된 가운데 치러진 지난 7월 총선에서 19개의 군소야당이 참여했음에도 인민당이 의도치 않게 전 의석(125석)을 석권해 버린 이변이 일어났다. 1년간 구금 생활을 한 켐속하 전 구국당 대표는 지난 9월 보석으로 석방됐으나 현재 가택연금된 상태다.





칼 휘두르면 미얀마보다 캄보디아가 더 큰 피해=2017년 미얀마의 전체 수출에서 대EU 수출은 16억 유로(2조 738억원), 비중은 16%에 달하며 캄보디아는 50억 유로(6조 4,808억원), 53%에 달해 EBA가 중지될 경우 미얀마보다 캄보디아가 더 큰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작년 캄보디아가 EU에 수출한 상품 가운데 90%가 EBA의 혜택을 받았으며, 이 혜택 덕분에 내지 않은 관세만도 6.76억달러로 추정된다.

특히 두 나라의 대EU 수출에서 의류․신발 등 봉제제품이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EU가 실제로 칼을 휘두를 경우 봉제산업과 근로자들이 일차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봉제산업 근로자는 미얀마 45만명, 캄보디아는 70만명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우리나라 봉제업체는 미얀마에 관련업체까지 포함하여 약 100여개, 캄보디아에는 60여개가 진출해있다.

칼을 휘둘러야 할 EU도 고민이 없지 않다. 미국의 정치전문매체인 폴리티코(Politico)에 따르면 미얀마의 경우 영국과 독일, 네덜란드가 제재에 반대하고 있으며, 캄보디아는 프랑스가 제재 범위를 설탕에 국한하자고 제안하는 등 회원국 간의 이견이 있다.

미얀마의 경우 아직 조직적인 반발은 없지만 절차가 개시된 캄보디아는 캄보디아유럽상공회의소(유로참)를 비롯한 유럽 각국의 경제단체가 일제히 EU 집행부를 성토하고 있는 것도 적잖은 부담이다. EU의 다음 행보를 미얀마와 캄보디아가 지금 숨죽이며 지켜보고 있다.